이미 인지능력 저하로 성년후견을 받고 있는 사건본인이 의료사고(과실 의심)를 당한 상황에서, 후견인이 단독 대리권만으로는 부족한 소송 제기·형사고소·변호사 선임 행위에 대해 법원의 사전 허가를 받은 사건
치매를 앓는 부모님이 병원에서 다쳤을 때,
자녀(후견인)는 곧바로 소송을 할 수 있을까
성년후견인의 소송행위·형사고소를 위한 가정법원 처분명령(민법 제954조) 사건 해설
※ 아래 내용은 리엘법률사무소가 실제로 진행한 사건의 법적 구조와 쟁점을 바탕으로, 의뢰인 특정을 방지하기 위해 인적사항·시기·기관명 등을 재구성한 사례입니다. 개별 사건의 결론은 구체적인 사실관계, 후견 심판의 내용, 제출 증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1. 사건의 경위
의뢰인 A씨의 아버지 B씨는 80대 고령으로, 인지기능 저하로 인해 이미 성년후견 개시 심판을 받은 상태였습니다. A씨는 아버지의 성년후견인으로 지정되어 재산관리와 신상보호 업무를 맡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B씨가 입원해 있던 요양병원에서 낙상 사고가 발생했고, 그 과정에서 병원 측의 관리 소홀 내지 처치 지연이 있었던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A씨는 병원과 담당 의료진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고, 동시에 업무상과실치상 등 혐의로 형사고소도 진행하고 싶어 리엘법률사무소를 찾았습니다.
여기서 A씨가 처음에 가진 생각은 단순했습니다. "나는 아버지의 법정후견인이니 당연히 아버지를 대신해 소송도 하고 고소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는 것이었죠.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습니다.
2. 사건의 특징 — 후견인이라고 해서 모든 것을 대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성년후견 제도의 핵심은 "후견인의 대리권 범위는 후견 개시 심판에서 정해진 만큼만 인정된다"는 데 있습니다. 재산관리에 관한 대리권만 부여받은 경우도 있고, 신상에 관한 결정권까지 폭넓게 부여받은 경우도 있는데, 어느 경우든 다음과 같은 행위는 후견인이 독자적 판단만으로 처리하기 어려운 영역에 속합니다.
- 피후견인 명의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행위
- 피후견인을 대리해 수사기관에 형사고소를 제기하는 행위
- 위 소송·고소 진행을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보수계약을 체결하는 행위
이런 행위들이 문제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소송이나 형사고소는 피후견인의 재산과 법적 지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행위인데도, 정작 본인은 의사결정 능력의 제약으로 그 진행 여부나 방식에 대해 의견을 표시하기 어렵습니다. 후견인의 판단이 곧 본인의 결정처럼 작동하게 되는 구조인 만큼, 법원이 사전에 그 필요성과 타당성을 점검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둘째, 변호사 보수계약 체결처럼 피후견인의 재산이 지출되는 행위, 그리고 형사절차에서 합의나 처벌불원 의사표시처럼 피후견인의 권리를 포기하거나 제한하는 성격의 행위는 후견인 개인의 판단만으로 처리하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A씨가 가진 대리권만으로는 의료소송 제기, 형사고소, 변호사 선임·보수계약 체결까지 곧바로 진행하기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즉 실체적으로 "병원 측에 과실이 있는가"를 따지기 전에, 절차적으로 "후견인이 이 행위를 할 권한이 있는가"부터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3. 리엘법률사무소의 대응 및 결과
가. 후견 심판문 확인 — 대리권 범위부터 점검
가장 먼저 한 일은 A씨가 받은 성년후견 개시 심판문과 후견등기사항증명서를 확인하는 것이었습니다. 대리권의 범위가 어디까지 정해져 있는지, 소송행위나 형사절차에 관한 사항이 포함되어 있는지, 포함되어 있지 않다면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를 먼저 정리했습니다. 이 단계를 건너뛰고 바로 소장부터 작성하면, 나중에 상대방(병원 측)이 "적법한 대리권이 없는 소송"이라는 본안 전 항변을 제기해 절차 자체가 지연되거나 각하될 위험이 있습니다.
나. 가정법원에 처분명령 청구 — 민법 제954조
검토 결과, A씨의 대리권 범위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되어 가정법원에 '후견사무에 관하여 필요한 처분명령'을 청구했습니다. 민법 제954조는 가정법원이 피후견인의 상황을 살펴 후견인의 임무수행에 필요한 처분을 명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는데, 이 조항을 근거로 다음 세 가지에 대한 허가를 함께 구성해 청구했습니다.
- 병원 및 관련자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제기 및 이에 부수하는 소송행위(소 변경, 상소 등) 허가
- 병원 및 관련자를 상대로 한 형사고소 및 이에 부수하는 형사절차상 행위 허가(다만 반의사불벌죄에서의 처벌불원 의사표시는 별도 절차가 필요하다는 점을 명확히 구분)
- 위 소송·고소 진행을 위한 변호사 선임 및 보수계약 체결 허가
여기서 실무적으로 중요한 부분은, 청구 범위를 필요한 만큼 촘촘하게 설계하는 것입니다. 소송 제기 허가만 받고 상소나 소 변경에 대한 허가를 별도로 받지 않으면, 소송 도중 새로운 허가를 또 받아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형사절차 역시 고소장 제출 허가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후 수사·재판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수 행위까지 고려해 청구 취지를 구성했습니다.
다. 소명자료 준비
처분명령을 받기 위해서는 왜 이러한 처분이 필요한지를 법원에 소명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다음과 같은 자료를 준비했습니다.
- 성년후견 개시 심판문 및 후견등기사항증명서 (대리권 범위 확인)
- 가족관계증명서 등 청구인·사건본인의 관계를 증명하는 자료
- 사고 경위를 뒷받침하는 진료기록, 간호기록, 사고보고서 등 병원 측 보유 자료(필요시 진료기록 감정·사실조회 신청 병행)
- 사건본인의 현재 건강상태 및 의사표시 가능 여부에 관한 소견서
특히 의료사고 관련 사건에서는 진료기록의 확보·분석이 이후 손해배상 소송의 성패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처분명령 단계에서부터 기록 확보 계획을 함께 세워두는 것이 이후 절차를 빠르게 이어가는 데 도움이 됩니다.
라. 결과 및 이후 절차
가정법원은 청구 취지대로 처분명령을 내렸고, A씨는 아버지를 대리해 병원 및 관련자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제기, 형사고소, 변호사 선임 및 보수계약 체결에 관한 허가를 받았습니다. 다만 법원은 이 허가에 따른 소송 및 고소의 진행 결과를 소송 종료일로부터 일정 기간 내에 후견감독 사건에 보고하도록 함께 명했습니다. 이는 후견인이 허가받은 권한을 실제로 어떻게 행사했는지를 법원이 사후적으로 다시 확인하겠다는 취지로, 후견 제도가 후견인의 자의적 판단이 아니라 법원의 지속적 관리 하에 운영된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이후 A씨는 확보한 진료기록과 사고 경위 자료를 토대로 병원 및 관련자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 소송과 수사기관에 대한 고소를 진행했습니다. 소송의 구체적 결과는 진료기록 감정 결과, 과실 입증 정도, 상대방의 대응에 따라 달라지는 영역이므로 이 글에서 일률적으로 단정하지는 않습니다.
4. 사건의 의의 — 비슷한 상황이라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고령의 부모님, 특히 성년후견을 받고 있는 가족이 병원이나 요양시설에서 사고를 당했을 때, 자녀 입장에서는 "내가 후견인이니 당연히 대신 소송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후견 심판에서 정해진 대리권 범위, 소송행위의 특수성, 변호사 선임·보수계약의 재산적 성격 등이 얽혀 있어, 절차를 잘못 밟으면 정작 필요한 시점에 소송이나 고소가 지연되거나 절차적 하자를 이유로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놓인 분들이라면 다음 사항을 미리 확인해 보실 것을 권합니다.
- 본인 또는 가족이 받은 후견 개시 심판문에서 대리권의 범위가 구체적으로 어디까지인지
- 소송 제기, 형사고소, 변호사 선임 및 보수계약 체결이 그 범위에 포함되어 있는지, 포함되어 있지 않다면 별도 처분명령이 필요한지
- 사고 관련 진료기록, 사고보고서 등 증거자료를 사고 발생 시점부터 빠르게 확보해 두었는지(시간이 지날수록 기록 확보가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 후견감독 사건이 별도로 진행 중이라면, 이번 소송·고소 관련 사항을 보고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지
성년후견과 관련된 소송행위 허가 문제는 후견법과 소송법, 그리고 사안에 따라 의료소송·형사절차까지 함께 검토해야 하는 복합적인 영역입니다. 저희 리엘법률사무소는 후견 심판문 검토부터 처분명령 청구, 이후 실제 소송·형사고소 진행까지 절차별로 필요한 서류와 대응 방향을 안내해 드리고 있습니다. 비슷한 상황에 놓여 계시다면, 후견 심판문과 관련 자료를 지참하시어 현재 대리권 범위부터 함께 확인해 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안내사항
본 게시글은 실제 진행 사건의 법적 쟁점과 절차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사례로, 의뢰인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인적사항·기관명 등은 특정되지 않도록 각색되었습니다. 사건의 결과는 구체적인 사실관계, 증거자료, 법원의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본 글은 특정 결과를 보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최신 법령·판례에 따라 내용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실제 사건 진행 전에는 반드시 별도 상담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